건강한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일그러진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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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10-18 20:07본문
"해남은 인문학의 산실이다. 해남에서 태어난 고정희 시인과 김남주 시인은 시를 통해 닫혀진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황지우와 김지하, 박성룡, 이동주 시인도 해남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들 시인을 낳은 해남은 경이롭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인문학의 요충지다."
해남에서 태어나 지난 1985년 KBS TV문학관 극본을 쓰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해남에 다시 귀촌한 박병두 작가가 최근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시나리오 선집 '땅끝에서 바람을 만났다'를 출간했다. '해남에 도도히 흐르는 인문주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박 작가는 "KBS 방송 작가로 입문한 이후 35년 여 동안 글을 써 왔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다"면서 "고향 해남 땅끝마을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났다. 문학이란 바람, 농부와 어부, 마을 사람들과 바람을 맞으며 그동안 집필해 온 여섯 편 중 세 편의 작품들을 엮었다"고 말했다.
표제작 '그림자 밟기'는 도경 공보관실에 근무하던 남도영 경위가 두리 파출소장으로 발령을 받은 뒤 겪은 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강도 성폭행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에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호소하며 오히려 수사를 덮어달라고 애원하는 상황 속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과 함께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과 '외로운 외출'이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로 각색해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인동초'는 인간 김대중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항상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지혜로 이겨내며 마침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권 대통령이 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암에 걸린 젊은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엄마의 등대'도 작가 만의 개성과 함께 인간의 애틋한 정감이 묻어난다. 박 작가의 단골 소재는 그야말로 가난하고 소외된 채 이 땅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소설가 임철우는 "박병두는 맑고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게서는 고향 들녘의 보리밭 냄새와 흙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그가 자신의 실제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하고도 건강한 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이면을 생생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은 "작가 박병두의 '그림자 밟기'는 가장 인간적인 경찰에 바치는 따스한 헌사"라며 "당당한 명예와 인간적 온기를 함께 느끼도록 배려한 작가의 고투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박 작가는 "모든 작가의 창작 근원은 삶의 주변에서 건져 올리는 기억과 재생, 경험과 상처, 울분과 기쁨"이라며 "흔들리는 삶의 혼란 속에서 지내왔던 험난했던 노정을 위로 받기 위해 선집으로 묶어 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또 "글을 쓰는 문학 활동은 서로 나누고 베푸는 일이면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과정"이라며 는 "작가의 맑은 정신이 우리사회를 더 따스하게 이끌 수 있도록 더 노력해 한국문학과 해남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작가는 경기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경기예술대상 등을 수상했고 2012년을 빛낸 예술가상, DMZ국제다큐영화제상, 에거서크리스티상, 제33회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해남문화관광재단 이사와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작가들과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