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꽃피는 땅끝 창작공간 인송문학촌 '토문재'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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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10-18 20:18본문
해남 땅끝마을에 터를 잡은 문학인들의 창작공간 인송문학촌 토문재(吐文齋)가 28일 문을 연다. 30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병두(59) 작가가 사재를 들여 고향 해남에 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만들었다. 이날부터 분야별 입주작가 6명이 토문재에 거주하며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펼치게 된다.
토문재는 "글을 토해낸다"는 뜻이다. 입주작가를 모집하고 창작공간 등을 지원하는 형태는 기존 문화예술기관이 운영하는 레지던시와 비슷하다.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이 같은 시설을 민간 영역에서 운영·관리하기에는 버거운게 사실이지만, 박 작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토문재는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 일원에 건립됐다. 약 1300평 규모로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은 본관과 별관, 정자 등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1월 착공에 들어가 그해 12월 준공했다. 토지 매입 기간을 더하면 토문재가 들어서기까지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10억원이 넘는 토지 매입·건축 비용은 모두 운영자인 박 작가가 사재로 충당했다. 경찰공무원 재직 시절 장만한 집 한채와 저축을 전부 토문재에 쏟아부었다. 전기·수도세, 휴지, 쌀, 치약, 비누 등 운영비 중 일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할 예정이다.
토문재를 구성하는 3개 동 중 본관에는 북카페, 세미나실 등 공용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별관은 입주작가의 문학창작공간(집필실)이며, 박 작가가 유독 심혈을 기울인 정자 인송정(仁松亭)은 휴식공간이다. 그는 산과 바다 등 자연과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인송정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최적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본관 북카페는 작가들만의 공간을 넘어서 땅끝을 찾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커피 등 음료 제공과 함께 작품집, 계간지, 문예지, 인문학 서적, 신문 등을 열람할 수 있게 꾸몄다.
박병두 작가가 본관 북카페에 진열된 인문학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집필실은 작가들의 개인 작업공간이자 숙소로 사용된다. 토문재에는 본관과 별관 포함 총 7개(본관 4·별관3) 집필실이 있다. 이곳은 책상과 의자, 다과 찻상, 개인 화장실, 싱크대를 갖추고 있다. 특징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개별적인 식사와 요리를 할 수 있는 취사도구와 식재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각실마다 입주 기간은 상이하다. 예컨대 하우실은 1년, 국화실은 2개월, 난초실은 1개월, 송정실은 1주일 등으로 나뉜다. 이번 1기 입주작가 모집에는 23명이 신청해 6명(부부 작가 포함)이 최종 선정됐다.
입주작가에게 주어진 모든 혜택은 무료로 제공된다. 자립하지 못한 예비작가나 숨겨진 인재 발굴이 토문재 건립 취지라 비용을 일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시도는 민간영역에서 토문재가 전국 최초다. 박 작가는 "30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제주도와 강원 횡성 등지에서 유랑생활을 하면서 글쓰기에 몰입했다. 당시에 작가들의 창작공간이 전국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며 "제대로 된 창작공간이 없어 활동을 하지 못하는 서러움을 알기에, 또 조금이나마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토문재를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북카페 실내 모습
모집분야는 크게 문학과 문학 외(영화, 미술, 사진 등)로 구분된다. 입주작가 선정은 작품실적, 집필계획 적합성, 기대효과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산출한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박 작가는 향후 토문재 옆 빈 터에 전국 최초가 될 '문학작가연수원' 건립을 계획 중이다. 명상센터, 국제세미나실, 도서관, 작가 남녀 숙소, 다실 등 공간을 갖춘 전통한옥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박 작가는 "문학작가연수원이 국내에 단 한곳도 없다. 해남에 작가연수원이 생기면 토문재와 함께 한국문학의 미래를 여는 단추가 될 것"이라면서 "현재 해당 기획서를 문체부에 제출한 상태"라고 했다.
토문재에서 바라본 전경
수원문인협회장을 역임한 박 작가는 1985년 KBS TV문학관 극본작업을 시작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작가의 길을 함께 걸어왔으며 월간문학, 현대시학, 열린시학, 문학세계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꾸준히 했다. 장편소설 '유리상자속의 외출', 시집 '해남 가는 길', 에세이집 '흔들려도 당신은 꽃', 시산책집 '착한사람을 보면 눈물이 난다' 등 다수 작품을 남겼으며, 공로를 인정 받아 대한민국 예술문화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병두 작가와 지인들이 본관 세미나실을 이용하고 있다박 작가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정신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세상은 인문주의 정신과 인간성 회복이 시급하다"며 "인문학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책무는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작품을 통해 위로를 선사하는 것이다. 토문재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해남=박혁기자
박 작가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정신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세상은 인문주의 정신과 인간성 회복이 시급하다"며 "인문학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책무는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작품을 통해 위로를 선사하는 것이다. 토문재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해남=박혁기자